약 10여 년 이상 골프를 하면서 오로지 스코어를 줄이는 것에만 가장 큰 관심을 가졌다. 캐비티백 아이언의 관용성은 로우 핸디캡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고, 운이 조금만 따라주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싱글핸디캡이 되고 난 후로는 캐비티백 아이언은 더 이상 그런 자극을 주지 못했고, 오히려 관용성 때문에 골프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자연스럽게 머슬백 아이언에 관심이 갔고, 긴 고민 끝에 머슬백 아이언을 구입했다. 마음이 설레었고, 하루빨리 라운드를 가서 멋진 샷을 해보고 싶었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골프를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는 생각도 간절해졌다. 또한 머슬백 아이언이 캐비티백 아이언에 비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고 싶었다.
코로가 기간 동안 거의 매일 연습장에서 하루에 300~400개의 공을 쳤다. 생각보다 머슬백 아이언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고, 과정은 힘들었다. 그리고 샤프트 길이, 강도, 중량, 라이각 등에 더 민감해지고, 나만의 스윙 템포와 리듬을 찾으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약 1여 년 후,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머슬백 아이언은 나를 골프의 신세계로 이끌었다.
첫 번째
Damai Indah Golf_BSD Course
1번 홀, 세컨드 샷
Titleist 710 MB, 9번 아이언
- 비거리 : 약 130m.
- 바람 : 약간의 뒷바람
- 핀 위치 : 그린 중앙
- 코스 경사 : 약간 오르막
- 그린 주변 : 우측 벙커, 좌측 러프로 덮인 경사진 언덕.
허리를 숙여 잔디를 몇 번 뜯어서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확인하기 위해 허공에 날렸다. 그린 방향으로 날아가는 잔디를 보면서 스윙 리듬을 찾기 위해 몇 번의 빈 스윙을 했다. 침착하게... 잘 치려는 생각은 최대한 하지 않으려 애썼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생각은 근육을 긴장시켜 자연스러운 스윙을 방해하기 마련이다. 이제 샷을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데 긴장감도 엄습했다. 욕심을 내려놓고 가볍게 쳐야겠다고 다짐했다. 셋업을 자세를 마치고 숨을 충분히 내쉰 뒤, 어떻게 백스윙이 시작됐는지 모르게 샷을 날렸다.
'잘 맞았다.'
너~~ 무 잘 맞은 느낌이어서 아이언을 들어 헤드 페이스를 보니, 약간은 흐렸지만 스위트 스폿(Sweetspot)에 볼 자국이 나 있었다. 이론적으로 얘기하는 스위트 스폿보다는 한 눈금 위였다. '이런 샷감에 머슬백 아이언을 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지난번 모던 골프코스에서 경험했던 샷이 생각났다. 하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두 번째
Damai Indah Golf_BSD Course
5번 홀, 세컨드 샷
Titleist 710 MB, 4번 아이언
드라이버로 친 티샷이 왼쪽 러프로 갔다.
- 남은 거리 : 약 170m,
- 바람 : 약간의 맞바람
- 핀 위치 : 그린 중앙에서 오른쪽 2단 그린 위
- 코스 경사 : 약간의 오르막
- 그린 주변 : 그린 왼쪽 앞은 넓은 벙커(세컨드샷 지점에서는 그린 앞)
샷을 하려니 고민이 됐다. 러프, 맞바람, 오르막을 고려한 샷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러프라서 서드샷으로 파를 노릴 수도 있었고, 조금 더 안전하게 유틸리티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 여러 번 이런 상황에서는 그렇게 해왔다. 더구나 맞바람이 약간 불고 있었고, 그린까지는 오르막이었데, 샷이 짧으면 그린 앞 커다란 벙커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았다.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스스로 벙커샷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
내리막 라이에 공이 놓여 있었고 러프였기 때문에 가능한 한 하체를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가볍게 샷을 하려고 했다. 벙커에 들어가더라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과 백스윙은 평소의 50%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체는 최대한 안정된 자세를 취했고, 임팩트 순간에는 상체를 먼저 들지 않으려고 했다. 복부 아래쪽 코어에만 힘을 주고 팔과 어깨는 최대한 힘을 빼려고 했다. 피니쉬 동작도 왼쪽 어깨높이쯤에서 멈췄다.
아이언 헤드가 러프를 스치는 소리만 들렸다. 새까만 점이 허공을 가로질러 그린 중앙으로 쭉 뻗으면서 날아갔다. 순간 '아~ 벙커...'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공은 맞바람을 타고 더 멀리 뻗어나가 마침내 그린에 안착했다. 그린 오른쪽 마운드의 경사를 타고 흐르던 공은 핀에서 약 3m 거리에서 멈췄다.
오늘은 놀라운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내가 이런 샷을 하다니... 약간 흥분이 되었고, 가슴이 짜릿한 느낌도 있었다. 저절로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졌다. 붕 뜬 기분으로 주위를 돌아보니 모든 풍경이 아름다웠다. 동반자들의 밝은 표정이 더 친숙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침내 지난 10여 년 동안 사용했던 하프 캐비티백 아이언에 그때까지 남아 있던 미련을 모두 떨쳐내고, 완전히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머슬백은 캐비티백 아이언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손맛이었다. 아이언 헤드에 공이 맞았는지 느낌조차 알기 어려웠다. 러프를 스치는 가벼운 저항만 느꼈을 뿐, 마치 공이 헤드 페이스에 닿지 않은 느낌이었다. 옷을 입었지만 마치 입지 않은 듯한 느낌이랄까. 머슬백(MB) 아이언이 그동안 알지 못했던 골프의 신세계를 맛보게 했다. 그리고 다시는 캐비티백 아이언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았다.
머슬백 아이언은 단단했지만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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