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한낮에 집을 나섰습니다. 골프장까지 약 30분을 달려오는 동안에 하늘은 오락가락 비를 뿌립니다. 어떤 구간은 세찬 빗줄기가, 또 어느 구간에서는 가는 빗줄기가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골프장에 거의 도착할 무렵까지도 차창에는 빗물이 흘러내렸었는데, 다행히 골프장 입구 근처를 들어서면서 비가 그쳤습니다.
자카르타에서 가을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이곳도 건기와 우기가 자리바꿈을 하는 시기에는 계절의 변화를 조금 느낄 수 있습니다. 라운드 시작전까지 여전히 하늘은 흐렸지만 오히려 햇볕이 따갑지 않아서 라운드를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입니다.
오늘까지 그린피(카트 포함)가 1인당 400,000루피아(약 32,000원)입니다.
내일부터는 그린피와 카트비 모두 오른다고 하네요. 오늘 800,000루피아 결제했는데, 내일부터는 두 사람이 1,300,000루피아(약 105,000원)를 내야 하니 1인당 250,000루피아(약 20,000원)가 오르는 셈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본 손실을 이렇게 만회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당황스럽게 하는 뽄독짜베 골프장... 비슷한 가격의 더 좋은 골프장으로 가야겠어요.
2번 홀, 드라이버 티샷이 3번 홀로 넘어갔습니다. 앞쪽에 큰 나무들이 가로막고 있고, 그린까지는 약 270m 정도 남았네요. 이런 상황에서는,
- 나무를 넘기는 높은 탄도의 샷,
- 나무 사이로 빠져나가는 중간 탄도의 샷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어떤 샷을 선택하시겠어요?"
평소 자신의 아이언샷 탄도를 모른다면 선택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무를 넘기거나 사이로 잘빠져 나간다 하더라도 서드샷에 남게 될 거리를 생각해야 합니다. 100m의 서드샷 거리를 남기고 싶다면 170m를, 150m를 남기고 싶다면 120m를 보내는 샷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서드샷을 하게 되는 지점이 벙커가 아닌 평평한 페어웨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골프에 운도 따라야겠지만, 이런 고민들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저는 나무 사이의 빈 공간을 보고 5번 아이언으로 샷을 했습니다. 또한 나무 뒤쪽으로 벙커가 있어서 벙커를 넘길 수 있는 샷이 필요했습니다. 5번 아이언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평소 저의 5번 아이언의 탄도가 나무를 맞지 않고 지나갈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이 러프에 있어서 높은 탄도의 샷을 구사하기가 쉽지 않았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는데요. 약 100m 정도의 서드샷 거리를 남겼습니다. 대개 이런 상황이 올 때마다 신중하게, 최대한 실수 확률이 낮은 쪽으로 선택을 하려고 합니다. 위의 두 가지 샷이 어려우면 가장 가까운 2번 홀 페어웨이로 레이업을 하는 것이 좋겠지요.^^
오늘따라 캐디의 노력이 적극적입니다. 과연 공은 홀컵으로 들어갔을까요?
집사람은 여전히 퍼팅이 쉽지 않아보입니다. 먼 거리에서 홀에 넣는 경우도 있지만 홀 근처에 보내는 요령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오르막, 내리막 퍼팅 방법이 다르다는 것과, 그린을 읽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나 봅니다. 라운드 중에 얘기를 하면 안 들으려고 합니다. 운 좋게 들어간 기억만 하려고 하죠. 운전과 골프는 돈이 들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배워야 하나 봅니다.ㅎ
사실 집에서 퍼팅 연습을 해보면 보기보다, 생각보다 지루하고 힘이 듭니다.
'골프공 굴리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뭐 이런 생각이 드는 거죠. 좋은 골프장에서 예민한 퍼터와 까다로운 그린을 만나면 퍼트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작은 실수에도 확연히 다른 결과... 손이 떨리고, 공을 때리는 힘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조금 빗맞은 느낌만 들어도 홀 방향을 벗어나기 십상입니다.
안정되게 직선으로 골프공을 굴리는 일이 어렵습니다.
안정된 자세와 적절한 힘으로 퍼터의 스위트 스폿에 공을 맞혀야 합니다.
집에서 퍼터를 자주 들어보고 퍼팅도 해보세요. 33~34" 길이의 퍼터를 컨트롤할 수 있는 힘과 안정된 자세가 퍼팅을 잘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저는 집 거실에 있는 카펫 위에서도 연습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잘 구르지는 않지만 직사각형 카펫의 짧은 거리과 긴 거리를 번갈아가며 거실 바닥에 공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퍼팅을 했습니다. 도움이 되었던 것은 오랫동안 연습을 하다 보니 실제 그린에서도 떨지 않고 안정된 자세로 퍼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즈음 드라이버 거리를 늘리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골프 거리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아마추어나 프로 골퍼나 비슷한 것 같은데요. 비거리가 많이 나면 게임에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고반발력의 드라이버도 있고, 런을 많이 발생시키는 드라이버도 있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합니다.
- 어드레스 (address)
- 테이크 백 (take back)
- 다운스윙 (down swing)
- 임팩트 (impect)
- 팔로우 스루 (follow through)
- 피니쉬 (finish)
스윙 단계 모두를 잘해야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지만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골프 레슨이 짧았던 까닭에 좋은 스윙폼을 유지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좋은 스윙폼을 만들기가 쉽지 않네요. 단기간에 오래된 스윙 습관이 쉽게 고쳐지지 않을뿐더러 스윙을 걱정하다 보면 라운드 스코어가 형편없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또 고민하게 됩니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될까 봐...
유튜브 등을 통해서 훌륭한 골퍼들의 조언을 많이 듣게 되는데요. 이론과 방법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직접 몸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역시 골프는 시작할 때 좋은 프로에게 레슨을 받아야 하는가 봅니다. 지속적으로 케어해 줄 수 있는 프로가 있다면 더 좋겠지요.
요즈음 연예인들이나 은퇴한 프로야구, 축구, 테니스 선수들이 골프 유튜브를 많이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자세히 보면 잘 치는 사람들은 잘 배운 티가 납니다. 인아웃 스윙 궤도가 팔로우 스루까지 유연하게 이어집니다. 물론 본인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겠지만 주위에 지속적으로 코치를 해주는 좋은 레슨프로가 있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뽄독짜베는 카트를 몰고 페어웨이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라운드 시간도 단축이 되고, 피로도도 훨씬 덜 합니다. 집사람이 무릎이 안 좋기 때문에 이곳이 라운드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조건입니다. 다만 건기일 때만 가능합니다. 건기에는 땅이 딱딱해서 카트를 몰고 들어가도 괜찮지만 우기에는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페어웨이에 타이어 자국이 생길 수 있습니다.
운동삼아 골프를 즐기고 싶다면 걸어서 라운드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곳은 기본적으로 걷는 사람들이 많은 골프장입니다. 캐디들도 백드롭을 하면 걸어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앞 홀 그린과 다음 홀 티잉 그라운드 사이의 간격이 짧아서 걷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프로골퍼들이 캐디를 데리고 라운드를 하는 것처럼 1인 1 캐디인 이곳에서 프로선수와 같은 플레이를 해볼 기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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