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랑(Semarang)은 자카르타에서 차량으로 약 5~6시간 정도 소요되는 곳에 있는 작은 해변 도시입니다. 봉제업을 하시는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고, 일제 식민지 시대에 이곳까지 끌려와 고생한 한국인들의 아픔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멤버 중 한 분이 스마랑 근처에서 사업을 하고 계셔서 오랜만에 자카르타를 떠나 멀리 중부 자와까지 와서 수요 골프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마랑 로얄 골프(Semarang Royale Golf) 장은 조금 오래된 골프장 느낌이 들었습니다. 최근에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뻐르따미나(PT.Pertamina)에서 인수를 해서 리뉴얼 작업 중이라고 합니다.
클럽하우스를 들어서서 뒤돌아보니 출입문 위로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군부 독재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인데, 21세기 인도네시아에서 추억을 소환합니다. 인도네시아는 많은 인종들이 넓은 지역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다른 종교를 믿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구심점이 되는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됩니다.
2번_파 4 홀
처음 방문한 골프장의 첫 번째 홀이 어려운데 무난히 파로 홀아웃을 했습니다만 두 번째 홀에서 예정에 없었던 더블파를 했습니다. 갑자기 날씨가 더웠던 탓도 있지만 그린까지 오르막이 이어지는 홀이라서 걱정이 앞섰습니다. 티샷이 왼쪽 1번 홀 사이 나무 아래로 들어가면서 벌타를 받았고, 세컨드 샷은 벙커로, 다시 오르막 샷을 해야 하는데 거리감이 없어서 어려운 플레이를 하고 말았습니다.
3번째 홀 티박스 옆쪽에서 캐디가 담장 너머의 가게에서 음료수를 구입합니다. 우리만 날씨가 더웠던 것이 아닌 듯합니다. 담장의 일부를 낮춰서 캐디들과 골퍼들에게 물건을 팔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ㅎㅎ
평상 시라면 이미 시원해져야 할 날씨지만 오늘은 햇볕이 비교적 따갑게 느껴집니다. 카트에서 바라보는 멀리 언덕 위의 집들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하게 통풍이 될 듯 보입니다. 해변도시인 스마랑은 높은 산과 그 아래로 낮은 언덕들이 이어져 있는데, 쾌적한 기후로 인해 살기가 좋다고 합니다. 해발고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자카르타에 비하면 훨씬 시원한 날씨입니다. 특히 언덕 위의 집들은 에어컨이 없어도 시원함을 느낀다고 하니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스마랑 근처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계시는 이사장님의 샷이 호쾌합니다.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시는 듯하네요. 드라이버를 비롯한 모든 샷의 방향성과 거리감이 좋습니다.
전반 아웃코스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끌라빠(코코넛)를 한 잔 씩 합니다. 한가득 든 음료를 마시고 내부의 하얀 속살도 숟가락으로 긁어먹습니다. 더위를 견디게 해 주고,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료입니다, 영양도 풍부해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포도당을 대신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핸디캡 1번 홀입니다.
이번 홀도 그린까지 오르막이라서 약 400m 가까이 되어 보입니다. 선배님의 멋진 티샷과 멀리 멋진 구름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듭니다. 언제 비가 내려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인도네시아의 날씨 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다이내믹한 하늘 풍경이 마음에 듭니다.
벌써 마지막 홀이 되었습니다.
평일에는 손님들이 많지 않은 듯합니다. 라운드가 끝나고 술자리에서 들은 얘기지만 최근 봉제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어서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자카르타 인근에서 인건비가 더 싼 이곳으로 이주해온 업체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코로나와 전쟁 등으로 더 어려워진 상황이 되었습니다.
보로부두르 불교 사원에서나 볼 수 있는 석종 모양의 티 마커(Tee Marker)가 인상적입니다. 장타자 선배님의 샷이 260m를 넘어간 것 같습니다. 늘 멋진 드라이버 샷으로 동반자의 멘털을 흔드시는데 비결이 궁금합니다.^^
멀리 인도네시아의 작은 해변도시에도 한국 식당이 기와지붕을 이고 멋스럽게 운영 중입니다. 자카르타에서도 볼 수 없는 인테리어를 갖춘 식당이라서 깜짝 놀랐습니다. 자카르타에 이런 곳이 있다면 자주 갈 텐데... 화로에 구운 듯 맛난 고기와 음식들 아주 잘 먹었습니다. 오늘 처음 뵌 최 사장님의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오신 코로나 체험기가 쉽게 잊혀지지 않을 듯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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