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번째 수요 골프모임
이번 주는 Soekarno-Hatta International Airport 옆에 있는 쯩까렝 골프장으로 왔습니다. 이번 주는 바쁘신 분들이 많아서 세 명이 오랜만에 걷는 골프를 즐깁니다.
막상 걸으려고 보니 두 분이 연세가 좀 있으셔서 걱정이 됩니다. 걷는 골프가 카트를 타는 골프보다 2~3타 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한다고 하지만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후반홀에서 모두가 집중력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그린 주위에서 신중하게 플레이를 하는 날은 더 많이 걷게 됩니다.
정확한 어프로치를 하려면 그린까지 갔다 와야 하고, 퍼팅라인을 정확히 읽으려면 맞는 편에 갔다 오기도 해야 합니다. 200m의 비거리의 드라이버 샷보다 5m 이내 퍼트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집중력을 발휘해야 좋은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핸디캡은 세 명이 모두 10개로 동일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대로 실력대결을 하기로 했습니다. 걷는 골프라서 어쩌면 제가 좀 더 유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번 홀은 우도그렉 파 5 홀입니다.
첫 홀 티샷은 누구에게나 늘 부담스럽습니다. 첫 홀 티샷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훌륭한 골퍼가 될 자질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투어 프로들은 경기를 하기 전에 스트레칭과 가벼운 워밍업을 하고 30분~1시간 정도 연습샷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첫 홀 티샷에서 실수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1~2시간 운전을 하고 가서 식사를 하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첫 홀 티박스로 갑니다. 그리고 몇 번의 연습 스윙을 하고 곧바로 티샷을 하게 되는데요. 만약 공이 똑바로 페어웨이로 날아간다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카르타에서도 첫 홀 티샷은 멀리건을 줍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샷을 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받는 멀리건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멀리건에 익숙해지다 보면 가끔은 멀리건이 없는 모임에서 첫 홀 티샷을 할 때 심리적 부담이 커지게 됩니다. 가능하면 멀리건을 사용하지 않고 플레이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샷까지 힘이 잔뜩 들어간 스윙을 했고, 정타를 맞추지 못해서 러프를 전전하다가 세 번째 샷에서 비로소 가벼운 스윙을 할 수 있었습니다. 러프에서 4번 유틸리티로 샷을 했는데, 스위트 스폿에 맞는 소리가 경쾌했고 공은 약 200m 거리의 그린 근처까지 날아갔습니다. 파세이브는 하지 못했지만 그나마 보기로 홀아웃을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동반자 분들은 버디와 파를 했으니 첫 홀부터 내기에서 크게 잃을 뻔했습니다.
라운드 시작 전, 아마도 캐디는 캐디백에 꽂혀있는 머슬백 아이언을 보면서 '오늘은 좀 편하게 일하겠구나'라고 생각했을 텐데요. 세 번째 샷을 하고 난 후 캐디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빙긋이 웃더니 앞서 걷습니다. 이곳에 6년째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쯩까렝(Cengkareng)은 HYUNDAI 자동차가 기업 광고를 하는 골프장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자동차는 전기차를 생산 중인데요. 자카르타 국제공항이 가까운 이곳에 자동차를 전시하고, 골프장 곳곳에서 현대자동차가 광고물은 설치해 두었습니다. 자카르타와 인근에 있는 많은 골프장 중에서 왜 이곳 쯩까렝 골프장을 선택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만 외국 골프장에서 현대 자동차가 광고를 보는 것만으로도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됩니다.
아쉬웠던 점은 얼마 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행사 공식 의전 차량으로 지정된 현대차를 타지 않고 벤츠를 탔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아주 잠시, 한 번만 타면 되는 일일 텐데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기다렸을 자국 기업에 대한 배려가 없어 보여서 인도네시아 사람들 보기에도 부끄러웠습니다. 만약 그때 현대 전기자동차를 대통령이 탔더라면 자카르타 곳곳에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현대 자동차로서는 아쉬움이 컸을 듯합니다.
위의 최초 사진은 HYUNDAI 자동차 글씨가 거꾸로 보이는데, 편집을 하면서 반전을 시켜 정상적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쯩까렝 골프장을 잘 아시는 분이라면 해저드의 현대자동차 로고는 낯설지 않겠지만 쯩까렝에 없는 코스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 것입니다.
핸디가 같은 사람 세명이 모여서 타당 5만 루피 내기를 했습니다. 평소라면 전반홀에 40개가 훌쩍 넘는 스코어였겠지만 역시 내기를 하니 모두들 샷이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도 타이틀리스트 716MB 아이언을 사용한 이후로 가장 좋은 스코어를 기록한 아웃코스였습니다. 드라이버 샷 결과는 기대 이하였지만 아이언과 웨지샷이 좋은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해본지가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웃코스에서 모두가 버디를 하고, 30대 스코어를 기록했으니 더 이상의 대결은 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골프를 잘 치는 즐거움도 있지만 우승을 다투는 대회가 아니라면 동반자와 함께 즐기려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중요한데요. 동반자에게는 관대하게, 스스로는 골프 규칙을 더 엄격하게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조금 더 엄격하게 룰을 지키려다 보면 비록 스코어는 한 타 잃을 수는 있지만 정직하고, 매너가 좋은 골퍼가 되며, 동반자들로부터 항상 함께 골프를 하고 싶은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인코스는 세 사람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가리기로 했습니다.^^)
여담으로 ,
골프는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고 나면 항상 다음 라운드에서 부담을 가지게 됩니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 더 잘하고 싶은 의욕도 생깁니다. 두 가지 모두 긴장감으로 근육을 긴장시키기 때문에 샷에 좋은 영향을 주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샷을 하고 나서 자신도 모르게 지난번 샷과 비교하면서 '왜 이러지...?'라고 혼잣말을 하게 됩니다. 글쎄요. 본인이 샷을 했으니 스스로 더 잘 알 수 있겠죠. 누구에게 물어보지 마세요.ㅎㅎ
골프는 생각이 많아지면 좋은 샷을 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잊을 수 있으면 가능하면 잊어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항상 새로운 기분으로 라운드를 해야 합니다. 의욕이 넘쳐도 모자라도 모두 잘못된 스윙의 원인이 됩니다. 가벼운 준비 운동으로 워밍업을 시작하듯이 첫 홀부터 서서히 웜업을 해가면 몸의 리듬감이 점점 좋아지면 어떤 샷을 해도 잘 맞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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