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대부분의 골프장은 1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어떤 골프장은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 혼자서 걷는 골프를 할 수도 있다. 무조건 카트를 타야 하고 홀아웃 권장 시간을 맞춰야 하는 한국의 골프장에 비하면 더할 나위 없는 여유 있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골프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서 발생하는 현상이겠지만 늑장 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한 PGA 룰도 아니고,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한국의 골프장이 유일한 것 같다.
자카르타의 골프장에서는 골프를 즐길 줄 아는 현지인들의 플레이가 조금 느린 편이다. 뒷 팀이 한국인들이라면 앞팀의 플레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홀을 건너뛰는 경우가 많다. 한국 골프장에서의 습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인들의 급한 성격이 골프장에서 조금 더 도드라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한편 자카르타의 골프장에서 늑장 플레이를 하는 한국인들도 제법 있다. 충분히 이해하지만 멀리서 먹구름이 밀려오는 날씨에는 조금 더 빠른 진행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비가 와서 마지막 1~2홀에서 플레이를 하지 못하면 아쉽기도 하고, 아슬아슬하게 비를 맞지 않고 라운드를 마치는 즐거움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
빵자 골프장에 스타터 공간이 새단장을 했다. 자카르타의 변화는 언제나 느리지만 그 결과가 기대 이상인 경우도 많이 있다. 느리다고 흉볼 일만은 아닌 듯하다.
해저드 곳곳에는 하루 종일 공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주위의 생활오수가 흐르는 탁하고 더러운 물이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삶 속에서는 언제나 원한과 치욕보다 밥과 사랑이 먼저다.'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캐디를 한다. 평일에 2~3번 정도 라운드를 하고 라운드당 200.000~250.000루피아의 팁을 받는다. 한 달에 2.5~3.5jt의 팁을 받는 셈이다. 물론 캐디마다 수입에는 차이가 있다. 고객들에게 인기가 좋은 캐디들의 라운드 횟수가 많을 것이다. 골프장에서는 손님이 오는 순서대로 캐디들을 내보내지만 출발 전에 손님이 다른 캐디를 선택할 기회가 있다. 빵자에는 약 200여 명의 캐디 중에 30%(약 60) 명이 여자 캐디라고 했다.
그늘집도 새단장을 했다. 3번 홀과 4번 홀 사이에 허름하기 짝이 없던 그늘집이 번듯하게 바뀌었다. 이런 변화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그들의 변화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제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것이다.
앞쪽에 휘돌아 나가는 해저드로 인해 티샷 비거리가 짧은 여자 골퍼들이 힘들어하는 홀이다. 탄도가 낮은 경우 남자 골퍼들도 해저드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홀 전장은 길지 않지만 전략적인 플레이를 해야 하는 홀이다. 3번 우드로 티샷을 했다. 약 100m 정도의 세컨드 샷 거리가 남았다.
앞 홀이 우 도그렉이고 이번 홀이 좌 도그렉으로 만들어져 있다. 비슷한 전장이지만 전 홀에서는 티샷을 페이드로 해야 하고 이번 홀에서는 드로우 구질의 샷을 해야 한다. 티샷이 불안정하다면 비거리 200m 전후의 방향성이 좋은 안정된 티샷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짧은 전장의 홀에서 욕심을 내다보면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기 어렵다. 짧으면 짧은대로 핸디캡이 있다.
175m 파 3 홀에서 5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중핀이었으면 딱 맞았을 거리지만 조금 길었다. 머슬백 아이언이 잘 맞는 경우 캐비티백 아이언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손맛을 맛보게 되는데, 이런 이유로 캐비티백 아이언으로 돌아가기가 꺼려진다. 샷의 결과를 떠나서 샷의 즐거움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주 고운 진흙을 맨발로 밟을 때와 양말을 신고 밟을 때 느껴지는 차이, 그리고 가끔은 승차감이 아주 좋은 고급 대형 세단을 타고 달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정타가 되지 않으면 정반대의 기분을 느끼기도 하지만...ㅎ
라운드 중에 술을 마시면 샷을 흔들린다. 가능하면 마시지 않는 것이 스코어에 도움이 되지만 자카르타에서 라운드 중에 맛볼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지 못한다면 라운드를 하는 의미가 없다. 자카르타에서의 골프 라운드에는 빈땅이 필수다.
골프를 할수록 웨지샷의 중요성이 커진다. 물론 드라이버 티샷 비거리가 좋아진 이유도 있지만 핸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웨지 샷이 중요하다. 그린 주위에서 점점 더 정교한 샷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어 프로들이 웨지샷 연습을 많이 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스코어를 줄이거나 핸디를 유지하려면 웨지샷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
어느새 마지막 홀이다. 파 5 홀인데 티샷이 잘 맞으면 투 온 시도가 가능하다.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좌측 10번 홀로 티샷을 해서 투 온을 시도하는 방법과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티샷을 해서 도그렉 장애물을 피하는 방법인데 페어웨이 오른쪽은 해저드가 있어서 리스크가 크다.
정면 멀리 나무들을 넘기면 10번 홀인데, 세컨드샷 비거리는 오히려 짧아지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10번 홀로 공이 넘어가면 티샷을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홀이다.
쓰리온을 시도한다면 무리하게 티샷을 할 필요가 없다.
라운드가 끝나고 나니 출출하다.
아얌사떼와 까짱(땅콩) 소스는 가장 만만한 맥주 안주다. 쫄깃한 닭고기와 고소한 땅콩 소스가 입안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다가 넘어간다. 골프는 라운드 후의 먹는 즐거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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