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함께 라운드를 하는 사람들 중에 골프 실력이 아주 뛰어난 선배가 있습니다.
골프 스코어도 늘 싱글 수준이지만 무엇보다 스윙폼과 리듬이 좋아서 함께 라운드를 하다 보면 배울 점이 많습니다. 골프는 친구와 함께 할 때 가장 즐겁습니다만, 골프를 배우려면 스윙폼이 좋은 싱글 골퍼나 투어 프로와 함께 라운드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함께 라운드를 하면서 스윙폼과 루틴, 트러블 상황 등의 샷을 따라 해 볼 수 있고, 코스 매니지먼트와 멘털 관리 등도 배울 수 있습니다. 숏게임, 퍼트 등의 실수를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도 배울 수 있습니다. 직접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되지만 함께 골프에 대한 얘기를 하다 보면 다른 관점, 생각, 지식 등으로 폭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습니다.
집에서 편안하게 TV를 통해 PGA 투어 프로의 완벽한 스윙을 자주 볼 수는 있지만 프로야구 중계를 집에서 볼 때와 야구장에서 볼 때가 전혀 다른 것처럼 싱글 골퍼나 투어 프로와 함께 라운드를 한다는 것은 기대 이상의 경험이 됩니다.
[선배의 스윙]
● 안정된 피니시 자세
골프 스윙에 있어서 아마추어와 프로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피니시 자세'에 있습니다. 프로들은 백스윙에서 피니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에 비해 아마추어는 임팩트 이후 어정쩡한 자세를 취할 뿐 피니시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임팩트가 거의 끝인 것처럼 스윙을 하게 되는데, 레슨 프로들은 피니시 자세를 유지하면 비거리와 방향성이 훨씬 좋아진다고 얘기합니다. 연습장에서 피니시 자세를 2~3초간 유지하라는 레슨 프로의 가르침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 일정한 스윙 템포와 리듬
스윙 템포의 경우 골퍼마다 차이가 큰 편입니다. 존 람 선수처럼 아주 빠른 템포를 가진 경우도 있고, 어니엘스 선수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템포를 가진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템포를 가지고 있더라도 스윙 리듬은 모두 완벽에 가깝게 일정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일반적으로 백스윙은 다운스윙보다 조금 느리게, 다운스윙에서 피니시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스윙을 배웁니다. 선배의 골프 스윙은 이런 리듬감 있는 스윙의 전형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골프 스윙은 박인비 선수처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요. 박인비 선수의 백스윙은 다운스윙 대비 4배가 느리다고 합니다. 보통 3배 정도 느린 다른 선수들에 비해 훨씬 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스윙 템포는 조금 느린 편이지만 스윙 리듬은 누구보다도 완벽합니다. 따라서 안정된 임팩트와 방향성 그리고 비거리까지 확보할 수 있습니다.
처음 골프 레슨을 받으면 '하나, 둘, 셋', '자장~면'을 입으로 말하면서 스윙을 하라고 가르칩니다. '하나~둘', '짬~뽕'도 있습니다. 스윙 템포에 자신에게 맞는 스윙 리듬을 만들기 위한 과정입니다.
참고로 '자장~면'을 빠르게 한다고 '짬~뽕'이 되지는 않습니다. '자장~면'이 빠르게 될 뿐이죠. 이것이 스윙의 리듬입니다. 따라서 자신만의 일정한 스윙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스윙 템포가 빠르거나 느리더라도 스윙 리듬이 일정하다면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습니다.
● 체중 이동
선배에게 비거리가 많이 나지 않는다고 제가 좀 놀리기도 합니다만 결코 짧은 비거리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비거리는 스윙 스피드가 결정을 합니다. 그리고 스윙 스피드는 체중이동에 이은 부드러운 다운스윙이 되어야 하는데요. 오른손잡이의 경우 왼쪽 다리에 체중을 이동하고 나서 왼쪽 다리를 축으로 힙과 허리를 회전하게 됩니다. 체중 이동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스윙 스피드와 파워를 충분히 낼 수 없어 원하는 비거리를 낼 수 없습니다.
● 다운블로와 샷 정확도
아이언 스윙에서는 항상 디봇을 내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헤드 무게를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디봇이 나는 스윙은 샷의 정확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찍어 치는 스윙과 쓸어 치는 스윙을 구분해서 얘기합니다만 그것은 잔디와 페이웨이의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 용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뿌리가 촘촘한 한국의 잔디에는 항상 볼이 떠 있기 때문에 뒤땅의 가능성이 낮습니다. 반면, 골프공이 페어웨이 지면에 그대로 놓여있는 서양 잔디에서는 쓸어 치는 스윙은 뒤땅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건기가 돼서 페어웨이 바닥이 딱딱해진다면 연습장의 인공잔디에서처럼 아이언 헤드가 미끄러지듯 빠져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요행을 바라면서 스윙을 할 수는 없습니다.
크고 깊은 디봇 자국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디봇 자국이 없는 경우보다는 훨씬 더 방향성과 정확성을 높여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조금이라도 볼 앞쪽에 디봇 자국을 낼 수 있는 스윙이 그렇지 않은 스윙보다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큽니다.
스윙 동영상을 보면
선배의 골프 스윙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스윙이 느린 것처럼 보여도 백스윙에서 피니시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일정한 스윙 템포와 리듬은 방향성을 매우 좋게 하며, 최근에는 지난해보다 비거리가 오히려 증가했습니다.
아마추어 골퍼가 비거리를 위해서 투어 프로처럼 강하고 빠른 스윙을 하면 스윙 밸런스가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쩌다 잘 맞는 경우도 있지만 스윙 템포와 리듬의 일관성이 무너지기 때문에 18홀 내내 방향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만약 강하고 빠른 스윙을 하고 싶다면 평소 충분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스윙에 필요한 근력을 키워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허리, 어깨, 팔 등에 통증이 발생하면서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세상에 골프 스윙의 정답은 없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답에 가까운 스윙은 타이거 우즈나 로리 맥길로이 같은 선수들일 텐데요. 두 사람은 PGA 투어에서 누구보다도 뛰어난 성적을 냈기 때문에 골프 스윙의 정답에 가까워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그들도 골프 스윙의 원리를 배우고 나서 자신의 신체조건에 맞는 스윙을 하려고 노력했을 것입니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운동 신경도 가지고 있었겠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에서 만나본 선배도 정말 열심히 연습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골프가 유행하기 훨씬 전이었던 2000년대 이전, 선배는 프로 선수와 함께 라운드를 하고 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골프를 배웠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한편,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젊은 나이에 일찍 골프를 시작할 수 있었던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그래서 뒤늦게 골프를 시작한 사람들보다 훨씬 좋은 폼을 몸에 익힐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나이가 들어가면서 꾸준히 좋은 스윙폼과 좋은 스코어를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늘 한결같이 말씀드리지만 그래서 처음 배울 때 레슨 프로에게 제대로 배워야 하는 것이 골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신만의 스윙폼으로 변해간다 하더라도 골프 스윙의 원리는 차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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