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라운드 약속을 빵꾸내고, 미안한 마음에 하루 전날 집사람에게 다시 골프 라운드를 가자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가지 않겠다고 했다가 마음이 바뀐 것은 남편의 제안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나 싶네요. 오랜만에 함께 집을 나섰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며칠간 흐리던 날씨가 오늘은 쨍쨍하게 맑아졌습니다. 라운드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외선이 강한 자카르타의 건기 날씨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를 반깁니다. 그늘부터 찾게 되는 7월 하순...
하늘은 맑고,
건기가 깊어 갈수록 꽃들은 더욱더 짙은 컬러로 예쁩니다.
1번 홀, 그늘에 서 있으니 그래도 견딜만합니다. 예쁜 하늘과 초록 초록한 풍경들은 더위 속에서 더 빛나 보입니다. 코로나전 스모그 가득한 자카르타의 대기 오염은 이제 옛날 얘기가 된 듯합니다. 계절에 관계없이 비가 자주 내리면서 자카르타의 대기도 맑음입니다.
카트에서 보는 가을 분위기가 좋아서 가까이와 보니 수명이 다된 듯한 나무 한그루가 더위에 타들어갑니다. 마지막 선물처럼 예쁜 풍경을 만들어 줍니다.
골프는 스윙폼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스윙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더 궁금하게 되고, 동영상을 찍어서 확인을 해봅니다만 비거리도 많이 나면서 예쁜 스윙폼을 가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레슨과 연습이 필요한데, 문제는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해야 합니다. 학창 시절에 공부를 해야 했던 것처럼...^^ 다행히 공부는 싫었지만 골프는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전반 홀이 10번 홀에서 빈땅 맥주를 한 잔 씩 하면서 잠시 땀을 식혔습니다. 마침 옆에서 치근덕 거리며 다가서던 그늘집 고양이가 카트를 타고 라운드를 따라나섰습니다. 몇 번이나 내리라고 했지만 한국말이라서 그런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더워진 날씨로 따분해진 오전 시간에 카트를 타는 즐거움이 위안이 되는가 봅니다.
자카르타에서 고양이는 강아지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접을 받습니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고양이를 사랑한 집사였다고 하지요. 그래서 고양이는 고귀하고 순결한 동물로 대접을 받지만 예언자 무함마드의 피신처 앞에서 짓던 강아지는 불결하고 혐오스러운 동물이 되었습니다.
골프장은 고양이들의 천국입니다. 어느 골프장에서나 고양이를 볼 수 있고, 먹이를 챙겨다 주는 캐디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교민, 주재원들도 아파트 근처나 골프장에서 길고양이를 데려와서 키우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PGPJ(Padang Golf Pangkalan Jati)는 아주 유명한 골프장이라고 소개를 하네요. 적어도 우리 부부와 친구 부부에게는 그렇습니다. 또 다른 친구에게도 빵자는 좋은 골프장입니다. 반면에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한 번의 라운드 이후로 다시 오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던 유명한 것은 맞는 듯합니다.
새단장을 한 그늘집입니다. 최대한 이해를 해보면, 골프장보다는 바닷가에서나 볼 수 있는 콘셉트처럼 보입니다.
클럽하우스에서 가장 먼 곳에 등대를 세웠습니다. 해군들이 바다로 나가면 귀항 길에 반드시 등대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 의미인지 어떤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만 이제 클럽하우스로 가기 위한 마지막 홀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해주는 듯합니다. 등대가 있는 곳은 16번_par 3 홀 티잉그라운드입니다.
바로 전 홀이 이곳 빵자에서 가장 어려운 par 4 홀인데요. 전장이 길고, 그린 근처의 맞바람과 페어웨이 좌측의 큰 나무가 방해를 합니다. 특히 그린은 앞쪽으로 경사가 심해서 퍼팅이 까다롭기 때문에 좋은 스코어를 적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바다로 치면 잔잔했던 물결이 지난 다음 큰 태풍을 만나 어렵게 헤쳐 나오는 상황과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이곳에서 잠시 쉬면서 몸과 마음을 재정비해야 합니다. 남은 세 홀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도 밥심으로 삽니다만 인도네시아도 나시고렝만 한 음식이 없어 보입니다. 어딜 가도 실망하지 않는 맛이라서 그런지 나시고렝은 글로벌 메뉴로서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아얌 고렝과 꿔띠아우고렝도 빼놓을 수 없는 맛입니다만 맛은 예전보다 못한 듯합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줄어든 것만 보더라도 어떤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짐작이 됩니다.
빵자를 오는 가장 큰 이유는 가깝고 저렴한 골프비용 때문입니다. 사실 코스는 반드시 코스 매니지먼트가 필요할 정도로 어렵습니다만 때문에 웬만큼 잘 치지 않고서는 실력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장점도 있습니다.
[오늘의 골프 팁]
오늘은 15번 홀부터 아이언이 잘 맞았습니다.
그동안 비거리를 늘이기 위한 강하고 빠른 스윙을 하다 보니 임팩트와 방향성이 좋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최근에 백스윙과 핸드퍼스트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면서부터 조금 더 부드러운 스윙에 집중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헤드 무게를 느끼는 방법은 근육의 탄력을 이용해서 부드럽고 가볍게 스윙을 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강하고 빠른 스윙을 위해 힘을 사용하려다 보니 헤드 무게를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정확한 임팩트를 위해서 스탠스도 조금 좁혔고, 강하게 스윙을 하려다가 생긴 상체 스웨그 현상도 최소화했습니다. 근육의 탄력을 이용하려면 백스윙 시에 꼬임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피니쉬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스윙을 해야 부드럽게 스윙을 해도 비거리와 방향성이 좋아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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