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윙의 한계를 느끼게 하다.
골프를 하면 할수록 '처음 배울 때 레슨 프로에게 제대로 배울 걸'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좋은 레슨 동영상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했던 시기에 골프를 배웠던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아마도 이런 아쉬움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약 1년 반 동안 머슬백 아이언(MB iron) 을 사용하면서 나는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고 있었다.
과연 나는 투어 프로처럼 머슬백 아이언을 사용할 수 있는 스윙폼을 가지고 있는가? (Do I have a swingform that can use muscleback irons like a tour pro?)
무조건 골프채를 휘두른다고 골프 스윙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셋업에서 테이크어웨이 >> 백스윙 >> 다운스윙 그리고 정확한 임팩트를 통해 비거리와 방향성이 확보되고, 드로우와 페이드, 공의 탄도를 조절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스윙이 골프 스윙이다.
이렇게 어려운 골프 스윙에 대해 큰 고민도 없이 나는 머슬백 아이언을 쓰고 싶어 했다. 그리고 막연하게 싱글 핸디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처음으로 머슬백 아이언을 사용하면서 내 생각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짧은 시간 안에 예전 스코어를 다시 기록할 수 있었고, 머슬백 아이언의 손맛이라는 것을 가끔 느낄 수도 있었다. 아이언으로 샷을 한 공이 그린을 벗어나도 어프로치를 통해 파세이브를 쉽게 할 수 있었다. 공이 잘 맞지 않은 날도 있었다. 그러나 연습을 하다 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언 샷에 대한 자신감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알 수도 없었지만 연습으로도 쉽게 해결이 되지 않았다. 티스토리에 글도 시작했는데, 내가 괜한 일을 시작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TOURSTAGE V300 Ⅲ 아이언을 사용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다가왔다. 그때는 연습을 한만큼 실력이 좋아졌다. 라운드시에도 아이언의 관용성에 기대어 큰 실수 없는 샷 결과에 대체로 만족했다. 돌아보면 그간의 많은 미스샷들은 아이언의 관용성(tolerance)에 희석되어 그 심각성을 알 수 없었던 것에 불과했다. 가장 대표적인 샷의 문제점은 오른쪽 어깨를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라운드가 끝나면 오른쪽 어깨가 늘 욱신하게 아팠다. 줄곧 오른쪽 어깨와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간 아웃-인 스윙을 했던 것이다. 전형적인 아마추어 골퍼의 엎어치는 스윙(아웃-인, out-in)이었다. 자주가는 자카르타의 연습장에서 스윙하는 내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보고 절망했었다.
예전 아이언은 약 10년을 사용했지만 나의 체격에 비해 비거리도 더 이상 늘지 않았고, 드로우 구질을 구사하기도 어려웠다. 탄도는 항상 높았고, 슬라이스를 간신히 모면하는 페이드 샷에 만족했다. 다행히 이런 샷이 안정적으로 꾸준해지면서 한동안 '싱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골퍼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머슬백을 사용하면서 러프나 라이가 좋지 않으면 정확한 임팩트가 어려웠고, 비거리는 자주 들쭉날쭉했다. 온그린 확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어쩌다 빗맞은 샷이 온그린이 되기도 했다. 아이언 샷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샷을 할때 마음이 급해지고, 모든 클럽의 샷에도 영향을 미쳤다. 드라이버, 우드, 어프로치, 퍼터까지... 골프는 자신감이 중요한데 아이언 샷의 부진은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플레이를 힘들게 했다.
관용성 높은 아이언에 익숙해진, 올바르지 못한 스윙으로는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 스윙에 대한 이해 그리고 연습...
'오른쪽 어깨'로 시작된 스윙의 변화
지금도 유튜브를 통해 허석 프로와 골프맨 조윤성 프로의 레슨 동영상을 자주 본다. 조윤성 프로의 레슨 동영상에서는 그립을 잡는 법부터 어드레스, 스윙 방법 등 주로 기본적인 내용들 위주로 봤다. 그는 그의 아내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동영상에서 매우 디테일하게 설명을 한다. 허석 프로의 레슨 동영상에서는 스윙폼을 바꾸기 위한 핵심적인 레슨 영상을 위주로 반복적인 시청을 했다. 잘 이해가 안 되는 경우 다시 조윤성 프로의 동영상을 번갈아 보기도 했다.
연습장에서는 골프 스윙의 단계에 따라 고쳐야 할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연습을 했다.
① 셋업(Setup)
② 테이크어웨이(Takeaway)
③ 백스윙 탑(Back swing Top)
④ 다운스윙(Down swing)
⑤ 임팩트(Impact)
⑥ 릴리즈(Release)
⑦ 피니쉬(Finish)
나의 스윙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허석 프로의 얘기 때문이다. 그는 '골프 스윙에서 딱 한 가지만 교정할 수 있다면 다운스윙 시에 오른쪽 어깨 좀 안 쓰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무조건 사용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 왼손으로 다운스윙을 하면서 스윙에 대해 조금 알아가기 시작했다.
연습은 주로 하프 스윙으로 했는데,
- 테이크어웨이 점검하기,
- 오른쪽 어깨를 사용하지 않고 다운스윙 하기,
- 무게 중심 이동하기,
- 오른쪽 무릎이 앞으로 나오지 않게 하기,
- 왼손, 전완근 터닝하기,
- 핸드퍼스트 자세로 임팩트하기,
- 임팩트 후 오른팔 펴기,
- 낮은 상체 유지하기,
- 왼쪽 무릎으로 리드하기,
- 힙이 뒤쪽으로 빠지면서 회전하기 등
위의 내용이 연습의 전부는 아니지만 하프 스윙으로 여러 동작들을 모두 연습하게 된다. 사실 골프 스윙의 대부분은 하프 스윙에서 이루어지며, 이런 부분적인 동작들의 시퀀스가 좋아야 한다.
연습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동작은 핸드 퍼스트를 통해 아이언 헤드를 공보다 앞쪽에 떨어뜨리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디봇 자국이 공 앞쪽에 생기도록 스윙을 하는 것인데 인조 매트라서 디봇의 깊이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다만 헤드 무게로 가볍게 떨어뜨리려고 했다. 인조 매트 위에 떨어진 아이언 헤드는 빠른 속도로 앞쪽으로 빠져나가면서 팔로우 스윙으로 이어졌다. 핸드 퍼스트 자세를 최대한 유지하려 했지만 다운스윙 시 레깅을 반드시 끝까지 끌고 내려오려고 하지는 않았다. 클럽 헤드의 무게를 느끼려는 노력을 많이 했다. 최경주선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르침이라고 들었다.
테이크어웨이(take away)는 지면과 평행을 이루는 지점까지 눈으로 확인했다. 헤드는 약간 닫혀야 하는데, 왼 손목을 곧게 펴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된다. 만약 왼 손목이 꺾이면 페이스를 오픈되고 슬라이스 구질을 만들게 된다. 백스윙(back swing)은 여기서 상체를 회전하면서 들어 올리기만 하면 된다.
다운스윙(down swing)이 시작되면서 오른쪽 어깨는 그대로 두고 왼팔로 스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려운데 천천히 해보면 가능해진다. 그러다가 점점 스윙이 편안해진다. 스윙 스피드, 파워, 임팩트도 좋아지면서 비거리가 증가한다. 오른쪽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는 말은 엎어치는 아웃-인 스윙을 하는 것이다. 오른쪽 어깨를 사용하지 않아야 인-아웃, 인-투-인 스윙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레깅이 가능해진다. 개인적으로는 올바른 스윙의 시작이며, 아마추어 골퍼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몸 앞쪽으로 오른쪽 팔꿈치가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상체를 어드레스 때의 상태 그대로 회전을 해야 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생크(shank)'로 고생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약 2년 여 동안 생크로 많은 고생을 했다. 골프채를 꺾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어떤 방법을 써봐도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 자연스럽게 증상이 약해졌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어쩌다 가끔 생크가 나왔었는데, 지금은 생크의 공포에 떠는 일은 없어졌다. 생크를 내지 않는 방법을 거의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왼쪽 무릎의 리드로 다운스윙이 시작되면 왼쪽 다리는 몸보다 뒤쪽으로 빠지면서 펴지고 힙과 같이 회전을 한다. 오른쪽 무릎은 임팩트시에 펴지면서 회전을 하게 되는데, 절대 앞쪽 방향으로 나오지 않아야 한다. 목표 방향을 봐야 한다. 만약 오른쪽 무릎이 앞쪽으로 튀어나온다면 생크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오른발 뒤꿈치도 임팩트 시까지 최대한 적게 떼려고 노력해야 하고, 임팩트가 끝난 이후 자연스럽게 뒤꿈치를 들면서 피니쉬 자세를 취해야 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오른발 뒤꿈치를 빨리 드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런 습관은 결코 좋은 스윙으로 이어질 수 없다.
그리고 상체를 일찍 세우면 오른쪽 무릎도 따라서 앞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 또한 생크의 원인이 된다. 투어 프로들의 스윙을 보면 임팩트 이후 팔로우 스윙까지 몸이 어드레스 자세 때처럼 기울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유가 있는 것이다.
비거리를 위해서는 핸드 퍼스트(hand first) 상태에서 임팩트가 되어야 한다. 인위적으로 임팩트시에 로프트 각도를 세우는 것이다. 7번 아이언 로프트가 35º 인데, 핸드퍼스트를 하면 6번 아이언 32º 정도의 로프트를 가지게 된다. 약 10m 이상의 비거리를 더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셋업 시 핸드 퍼스트 자세를 잡고 백스윙, 다운스윙 시에도 이 자세를 유지하면서 스윙을 하려고 했다. 왼손은 왼쪽 허벅지 앞에서 최저점이 되고, 코킹과 레깅을 그 순간에 푸는 연습을 했다. 만약 그보다 빨리(몸의 중심에서) 코킹(cocking)과 레깅(lagging)이 풀린다면 스쿠핑(scooping) 현상으로 높은 탄도의 샷이 나올 것이다. 그동안 나는 이런 스윙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임팩트 순간부터 왼쪽 전완근을 회전하면서 스윙 스피드를 최대한 높였다. 몸의 회전도 이때 같이 이루어져야 파워와 스피드를 공에 실어 보낼 수 있다. 그립이 나의 배꼽 앞에서 몸과 같이 회전하는지 늘 생각해야 한다. TV를 보면 투어 프로들의 전완근이 굵은 것을 볼 수 있는데 비거리는 전완근의 회전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른쪽 팔은 임팩트 이후에 최대한 펴져야 한다. 공의 방향성과 비거리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손목으로 부드러워야하고, 팔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는 비거리를 낼 수 없다.
스윙 동작에서 릴리즈가 끝나고 왼쪽 어깨 위로 헤드가 올라갈 때부터 허리를 서서히 펴준다.
이렇게 연습을 해도 하루가 지나면 다시 연습 방법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차근차근 한다고 해도 기억해야 될 것이 너무 많았다. 팔 동작과 몸을 회전하는 동작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손목을 부드럽게 하다보면 임팩트가 나빠졌다. 골프 스윙을 큰 근육부터 사용하라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고 큰 것으로부터 디테일한 것으로 골프 스윙을 이해해 가는 것이 조금 더 나은 방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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