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라위 골프장은 총 45홀(Old Course 18홀, New Course 18홀 그리고 Z Course 9홀)입니다. 한국의 골프장과 유사한 산악지형에 위치하고 있으며, 울창한 열대우림이 골프 코스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번에 자고라위 골프장을 갔다오면서 어이없고, 가슴아픈 에피소드를 들었습니다. 이젠 세월이 흘러 교민들끼리 우스개 얘기로 농담삼아 주고 받지만 에피소드의 당사자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아픈 기억일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느 기업의 법인장으로 오셨던 분이 자고라위 골프장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카르타의 골퍼 중에 많은 사람들이 자고라위 올드 코스를 좋아 하는데요. 아름다움과 난이도가 잘 어우러진 매력적인 골프코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풍경만 감상하다가는 실망스러운 스코어를 기록 할 수 있습니다.
파 4 이상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이 보이는 홀이 거의 없으며, 좌우 도그렉이 심하고, 페어웨이를 조금만 벗어나도 패널티 구역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교적 짧은 홀은 그린 앞쪽이나 옆쪽 가까이에 벙커와 해저드 구역이 있습니다.
특히 경사가 심한 2단 그린, 앞뒤 방향으로 극단적인 경사의 그린에 단단함과 빠르기가 더해져 플레이를 어렵게 합니다. 높은 탄도와 정확한 비거리를 확보해야 기대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정확한 방향성과 거리 확보, 그리고 패널티 구역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있고 안정된 샷이 필요합니다. 페어웨이 경사도 고려해야합니다. 잔디도 인도네시아 토종잔디라서 잎이 크고 거친 편입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골퍼라면 분명 평소보다 최소 5타 이상 더 많은 스코어를 기록하게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아름답고 훌륭한 코스지만 어려운'곳 입니다.
에피소드를 이어가자면,
한국에서 대표이사가 자카르타를 방문했을때, 그 법인장은 자고라위 골프장으로 대표이사 일행을 모시고 왔다고 합니다.
자고라위 골프장이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의 음식도 맛나기로 소문이 나있고, 대표이사님이 골프를 좋아하신다고 하니 나름 많은 고민을 해서 이곳으로 모시고 온 것이 아닌가 짐작됩니다.
자고라위 골프장의 아름다운 풍경과 멋진 코스를 보면서 대표이사가 감동하는 모습을 기대했겠죠. 옆에서 나이스샷만 외치면 출장기간중에 다소간의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골프장에서 만회할 수도 있을거라 생각했을 듯합니다.
하지만 그 법인장은 골프 경험이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자고라위는 처음와서 좋은 기억을 가져가기가 쉽지 않은 곳입니다.
한국에서 출장오는 손님들이 주말 시간을 이용해 자카르타에서 골프를 즐기는 일은 흔한 일입니다. 자카르타에서는 사업이나 업무 관계의 골프가 일상화된 곳이기 때문에 한국과 비교해서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심지어 이곳에서는 군인, 경찰, 공무원들이 평일에 골프를 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대표이사는 이곳 자고라위 골프장에 적응을 전혀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라운드 내내 무거운 침묵과 한숨이 흘러나왔고, 결국에는 법인장이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대기업에 다녔던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출장기간 동안 쌓였던 대표이사의 불만이 골프장에서 폭발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장 중에 다소 불쾌한 일이 있었더라도, 열대우림속의 아름답고 훌륭한 골프 코스를 직원들과 함께 즐기면서 마음을 안정시켰더라면 좋았을텐데..." 혼자 그런 생각이 들어서 얘기를 듣다보니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어찌되었던 골프장 때문에 법인장이 해고되는 상황이 되었다는데요. 그런데 만약 그정도의 인격을 가진 대표이사라면 함께 회사 생활을 해야할 이유가 없을 듯합니다. 세상에 골프만큼 마음처럼 안되는 운동이 또 어디있습니까. 세상사 다 마음먹기 나름이지요. 한편으로 보면 참~ 속이 좁은 대표이사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동안 교민들 사이에 전해지는 얘기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웃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법인장으로 왔다가 골프장에서 해고를 당한 사례는 제법 있다고 합니다. 하긴 한때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 출장 의전이 회사일보다 더 중요하던 시기가 있었지요.)
혹시 지금 비슷한 상황으로 걱정되는 분이 있으시다면 보고르에 있는 '보고라야(Bogor Raya)' 골프장으로 가세요. 접대를 위한 골프장으로는 모든 여건이 갖춰진 곳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골프 스코어에 관계없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골프장입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뒤로하고,
우측으로 휘어지는 도그렉 홀입니다. 페이드 샷이나 해저드 지역을 가로지르는 티샷이 좋습니만 해저드 구역이 위협적이라서 부담이 됩니다. 티샷이 잘 맞으면 투 온도 노려볼만합니다.
후반에는 Z Course로 왔습니다. 1번 홀은 좌측으로 크게 휘어지는 도그렉 홀입니다. 5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합니다.
(어늘 올드와 뉴코스에는 단체 손님들이 와서 대회를 하고 있습니다)
Z 코스가 더 높은 정확성을 요구합니다. 2번홀에서는 계곡을 크게 가로지르는 3번 우드 티샷이 필요한 홀입니다.
다시 또 해저드를 넘기는 세컨드 샷을 하고 그린에 도착하니 보이지 않던 그린 주변의 벙커가 위협적입니다.
Z 코스 마지막 홀은 파 3 입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네요.
Z 코스는 친구들과 가볍게 내기를 하거나, 싱글 플레이어들끼리 온다면 재미있는 곳이 될 것 같습니다. 드라이버 샷의 정확성이 비교적 높지 않다면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해저드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 극복되지 않았다면 어렵게 느껴지는 라운드가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홀이 계곡을 넘기는 티샷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라운드가 끝나자마자 억수같은 비가 쏟아집니다. 클럽하우스 앞 연습 그린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습니다.
자고라위, 에메랄다, 리버사이드 골프장이 있는 데뽁(depok)지역은 유난히 비가 많고, 스콜이 오래내리는 곳입니다. 아마도 지형적인 이유가 큰 것 같습니다.
'아얌 깔라산(Ayam Kalasan)'은 자고라위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의 대표 메뉴입니다. 이 메뉴를 먹기 위해서 이곳으로 라운드를 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스페셜 삼발을 시켜서 함께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야얌 깔라산은 족자카르타 인근의 지역명인데요. 그 지역에서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확산된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입니다. 코코넛 오일로 찌고, 기름에 다시 튀기기 때문에 겉바속촉의 쩔깃한 치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맛있는 빈땅 맥주도 한 잔 합니다.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넉넉한 이 분위기가 좋습니다. 일상의 작은 행복은 이런 순간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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