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druple bogey, +4
흔히 '에바'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에바는 일본에서 시작된 골프 용어입니다. 쿼드러플 보기가 발음이 어려워서 'ever=끝이 없다. 셀 수 없이 많이 친다'의 의미로 '에바'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의 영어 발음은 전 세계적으로 알아듣기 어렵기로 소문나 있죠. '마쿠도나루도(맥도날드)', '비루(맥주)' 등... 일본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인도네시아에서도 맥주를 'bir(비르)'라고 합니다. Bir Bintang(비르비땅_빈땅맥주)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유명하고 맛있는 맥주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약 3년가량 일본의 식민지로 지배를 받았습니다. 비누도 'sabun(사분)'이라고 하는데요. 할머님이 살아계실때는 늘 비누를 '사분'이라고 하셨습니다. 일본 식민 교육의 영향입니다. '에바'에서 '사분'까지 왔네요.
일전에 보고르 골프장에서 에바=쿼드러플 보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라운드를 하고 나면 다시 1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모든 샷을 복기하는 습관이 있는데 바둑 복기를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입니다. 한 샷, 한 샷 다시 생각하면서 문제점도 확인하고, 다음 라운드에서는 어떻게 할지 생각하면서 마음 정리를 합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넥스트 샷'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골프 라운드 중에 안 좋은 기억은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넥스트 샷을 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샷 실수를 되뇌다 보면 서너 홀을 쉽게 망치게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특히 잘 맞은 샷이 나쁜 결과로 이어지면 실망감은 더 클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고비를 잘 넘겨야 좋은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고, 동반자들과 즐거운 라운드를 할 수 있습니다.
사진 속의 공은 파 5 홀에서 세 번째 샷을 하기 전입니다. 드라이버 샷이 약간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나무 아래로 갔고, 정상적인 샷을 할 수 없어서 레이업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공은 러프로 굴러갔고, 발보다 공이 약간 높은 위치에 공이 놓였습니다. 그린까지 남은 거리는 약 230m입니다. 앞쪽에 그린 방향으로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도 없어서 편안한 샷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무 한그루가 있었지만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죠.
이런 경우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합니다.
- 우드 또는 유틸리티로 그린 근처까지 보내서 어프로치를 하는 방법
-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네 번째 샷 거리를 남기는 방법
입니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클럽(골프채)을(를) 선택을 하게 되는데요. 당시에 3번 우드가 잘 맞아서 선택을 했고 자신 있게 샷을 했고 잘 맞았습니다. 다만 생각지도 못한 몸의 반응이 저를 당황하게 했습니다. 사진에 있는 나무 한그루는 3번 우드로 풀스윙을 해도 아무런 영향이 미치지 않을 거리에 있습니다. 그런데 팔로 스루(Follow-Through)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습니다. 순간, 혹시 3번 우드 클럽 헤드가 나무에 맞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을 한 것일텐데요. 결국 공은 훅 구질이 발생하면서 그린 왼쪽 해저드로 들어갔습니다. 작은 개울이었지만 공도 찾지 못했어요.(새공이었는데...ㅠㅠ) 평소에 버디를 자주 하던 홀이라서 실수가 거의 없는 홀인데, 그날은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티샷 실수로 인해 '파세이브'를 해야 된다는 압박감, 큰 금액은 아니지만 내기 등이 조금의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었습니다만 그 순간 이후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된 홀이었습니다.
골프는 의도한 샷을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의도한 대로 샷을 하려다 보면 실수를 하기가 쉽습니다. 왜냐하면 생각이 몸의 근육들을 긴장시키기도 하고, 생각이 많아지면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음의 결정을 확실하게 하지 않은 채 샷을 하면 스윙을 하는 순간에도 혼란을 줍니다.
타이거 우즈 선수가 왜 대단한지,
트러블 상황에서 그의 샷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샷을 하기 어려운 위치에 공이 있거나 장애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히 본인이 의도한 대로 이루어지는 환상적인 샷을 보여줍니다. 한두 번은 운이지만 지속되면 실력이겠죠.
다시 한번 골프의 어려움을 알게 해 준 사건이었고, 아직은 의도한 샷을 하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막연한 기대감으로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은 역시 실패의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타이거 우즈 선수는 모든 트러블 상황을 감안해서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강풍이 불고 비가 내리는 상황도 연출을 해서 샷 연습을 하고, 반복해서 또 연습을 한다네요.
연습장에서 샷을 할 때마다 조금 더 집중해서 의도된 샷으로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연습장에서 실제 골프장 같은 트러블 상황을 만들 수 없어서 아쉽지만 심리적으로 긴장감을 가질 수는 있을 듯합니다. 연습장에 가보면 공이 똑바로 날아갈 때까지 연속해서 샷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배우는 단계에서는 필요한 과정일 수 있지만 누구든지 10번 정도 반복해서 치다 보면 잘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로우 핸디캡 골퍼가 되려면 의도한 방향, 거리를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또한 '의도한 또는 의도된 샷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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