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깔롱안은 자카르타를 기준으로 동쪽, 즉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 수라바야 방향으로 가다 보면, 중부 자와(Jawa tenga) 스마랑(Semarang) 인근에 위치한 항구 도시이다. 쁘깔롱안에서 스마랑까지는 차량으로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처음 쁘깔롱안으로 가는 길은 멀었다. 인도네시아의 국민차 station wagon '끼장 이노바(Kijang Innova)'를 타고 갔는데, 자카르타에서 출발해 약 5시간 이상 걸렸다. 기차를 타면 쁘깔롱안까지 4시간이면 충분하다. 딱 한번 블루버드 택시를 타고 간 적이 있는데, 택시 요금이 약 2.5jt (23만 원) 가량 나왔다.
한 달에 한두 번 기차를 타고 쁘깔롱안으로 간다. 회사를 그만두고 약 5년 동안 자카르타에서 생활하던 중에 인연을 맺은 분이 쁘깔롱안에서 수리미와 어묵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이셨고, 지금은 자카르타에 지점을 두고 한 달에 한두 번씩 이곳 본사에서 업무 미팅을 하고 있다.
쁘깔롱안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수리미와 어묵을 만드는 공장이 있다. 2006년에 수리미를 생산하는 Blue Sea Industry 공장을, 2022년 어묵을 생산하는 Indo Seafood Korea를 설립했다. 낯선 인도네시아에서 이렇게 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니, 그간 여러 번 쁘깔롱안을 다녀왔지만 생각할수록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항구도시로 발전해 온 쁘깔롱안은 인도네시아 전통의상 바띡의 도시(Kota Batik)로도 유명하다. 바띡 박물관에서 바띡을 만드는 과정을 구경한 후 바띡을 구매할 수도 있다. 또한 강성 무슬림 지역이라서 비록 외국인과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살고 있음에도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곳이 없다. 한때 아침 일찍 미리 주문을 받아 돼지 고기를 판매했으나 지금은 완전히 중단되었다고 한다. 술과 돼지고기를 판매하는 식당들은 쁘깔롱안 시 경계 너머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자카르타 - 찌르본 - 뜨갈 - 쁘깔롱안 - 스마랑...
찌르본(Cirbon) 역에 도착하기 전,
기차 안에서 내다보는 농촌 풍경은 언제 봐도 평화롭고 아름답다. 바깥은 32도를 웃도는 더위지만, 기차 안은 겨울 외투를 입어야 할 정도로 차가운 에어컨 냉기가 나와서 바깥 풍경마저 시원하게 보인다. 이곳이 적도 인근의 무더운 열대 지방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
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계절을 관통하는 기차 여행은 매번 새롭고 흥미롭다. 추수가 끝난 논을 지나면, 한창 벼가 자라는 논이 나타나고, 그 옆에는 모내기를 위한 서레질이 한창이다. 모내기를 하는 동네 사람들과 새참을 나르는 젊은 아낙과 아이들이 일손을 멈추고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든다.
인도네시아의 파리로 불리는 주말 휴양지 반둥(Bandung) 인근을 제외하면 기차에서 보는 대부분의 풍경은 벼 3 모작을 하는 너른 들판이다. 평화롭고 고즈넉하다. 끝을 알 수 없는 지평선에 시선이 머무르고, 해발 3000미터의 높은 산이 소박한 시골 풍경과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슬람 사원의 황금빛 돔에서 반사된 눈부신 햇살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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