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베카 골프장
(Jababeka Golf & Country Club)
세 번째 방문한 골프장은 '자바베카 골프장(Jababeka Golf & Country Club)'입니다.
닉 팔도(Nick Faldo)가 설계한 자바베카 골프장은 울창한 숲 속에서 완벽한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페어웨이가 비교적 넓은 편이지만 해저드가 위협적이며, 그린 주변 숏게임도 쉽지 않습니다. 위안이 되는 것은 자카르타의 다른 골프장에 비해 비교적 플레이가 어렵지 않다는 반응입니다.
이곳 Kota Jababeka Ckarang(자바베카 찌까랑 시)은 자카르타 중심에서 약 50km 거리에 있으며,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산업공단지역입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한국 교민, 주재원들이 자주 찾는 골프장입니다.
※ 골프장을 지은 Jababeka는 부동산 개발업 회사이며, Jawa Barat(자바 서쪽) - Bekasi(브까시)의 약어입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바섬을 동쪽, 중앙, 서쪽으로 구분해서 얘기합니다. 자카르타 지역은 자바섬의 서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Jawa Barat으로 얘기합니다.
오늘은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재인니 대구ㆍ경북 연합 동문회'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자바베카 골프장에서 함께 라운드를 한 후 인근 호텔에서 저녁 식사와 함께 서로 간의 안부를 묻고, 우의를 다지는 행사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10번 홀,
티샷을 하기 전에 함께 기념 촬영을 합니다. 오늘 콘셉트는 'Jump!!!' 그동안 1년에 한 번 개최되는 행사인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뤄지다가 3년 만에 다시 재개된 행사에 이상무님이 날짜를 맞춰서 오셨네요.^^ㅎ 이렇게 큰 행사를 개인적으로 따로 준비할 수도 없는데... 운이 좋으신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드라이버 티샷이 항상 페어웨이로 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임팩트에서 팔로우 동작까지 하체가 단단히 받쳐주고 있고, 왼쪽 어깨도 열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임팩트 시에 사용한 힘이 이후 팔로우 스윙 단계에서도 팔에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합니다. 이때 힘을 빼면 헤드가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비거리가 더 늘어날 것 같은데요.
나이 들어서 스윙폼을 바꾸기란 쉽지 않습니다. 백스윙 탑에서 내려올 때 조금 더 느린 스윙 리듬으로 조절해주면 임팩트와 팔로운 스윙에 스피드를 낼 수 있어서 더 좋은 티샷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개인적 소견)
두 번째 라운드까지 흐린 날씨가 이어지다가 오늘은 오랜만에 햇볕을 봅니다. 자카르타에서 이렇게 며칠 동안 흐린 날을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자카르타의 변화무쌍한 날씨가 지구촌 기상이변의 영향을 받고 있는 듯합니다.
위의 사진은 몇 년 전에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인데, 제 기억 속의 자바베카 골프장은 이런 이미지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골프비용_인도네시아(자카르타) VS 한국?
구분 | 자바베카(인니) | 제일컨트리클럽(한국) | 차이(내용) |
그린피 | 122,000 | 270,000 | (인니:카트비,캐디피 포함) |
카트비 | 25,000 | (인니:2인 1카트) | |
캐디피 | 17,000 | 32,500 | (인니:캐디팁) |
합계 | 139,000 | 327,000 | -188,000 |
※ 주말 가격 비교(인니에서는 오전보다 오후 그린피가 조금 쌉니다)
대규모 공단이 있는 경기도 안산의 제일 컨트리클럽과 비교해보니 한국이 2.3배가량 비싸네요. 제일 CC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이 제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캐디들과 기념 촬영
함께 라운드를 하는 캐디와 골프 코스를 청소하던 캐디들이 모여서 함께 사진을 찍었습니다. 빨간 장갑이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더워 보이지만 이곳 사람들이 피부가 햇볕에 구릿빛으로 그을려지는 것을 가장 싫어합니다. 그래서 피부가 뽀얀 외국인들을 부러워하는데, 뽀얀 피부만으로도 미인, 미남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캐디들의 환영인사가 오늘 라운드에 좋은 기운과 행운을 가져다주길 바라봅니다. 우리 조는 카트가 2대인데, 카트 별로 팀을 나눠 캐디피(팁)를 걸고 내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싱글 골퍼 후배와 처음 뵙는 분과 한 팀이 되고, 제가 이상무님과 같은 팀이 되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핸디를 확인하게 되는 경우 대부분 평소보다 조금 높게(2타 전후) 얘기하게 됩니다. 겸손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게임에서 지고 싶지 않은 욕심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라운드 후에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오히려 1~2타를 줄이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캐디피에 인격을 담보하는 우는 범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조에 합류하신 분도 때마침 한국에서 오셨는데, 오랜 회사생활을 은퇴하시고 지인의 초대로 잠시 자카르타로 여행을 오셨다고 합니다. 우연의 만남이지만 비슷한 상황의 두 분이 만나게 되어서 라운드가 심심하지 않을 듯합니다.
라운드가 없는 날 캐디들은 사진에서 처럼 18홀을 걸어 다니면서 티잉 그라운드와 골프장 곳곳을 청소하고, 페어웨이의 디봇 자국을 메우는 일을 합니다. 무엇이 즐거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밝고 활기찬 모습이 보는 이의 시름을 잊게 합니다. 세계 4위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흔한 것은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참 많고, 사람 귀한 줄 모르는 듯보입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생활수준이 향상되면 그런 인식도 점차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6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다음에 오실 때는 이곳 날씨에 어울리는 조금 더 화사한 의상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3일 차에 자카르타 골프장에 완전히 적응을 하신 듯보입니다.
햇볕이 눈을 부시게 합니다. 한국보다 훨씬 더 강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래도 오후 3시를 넘어서면 한낮의 강렬한 태양의 모습에서 많이 누그러집니다. 오히려 점점 더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다시 기운이 생깁니다.
6번 홀 Par 3.
토너먼트 홀인원 확인을 위해서 캐디 한 명이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겨울 만도 한데 내색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Boleh saya minta foto Anda?
Bolehkah?"
"Malu..."
"말루"는 '부끄러워하다, 수줍어하다'는 뜻입니다. 사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경우 수줍어하는데요. 근데 한 번 더 물어보면 미소 띤 표정으로 카메라를 빤히 쳐다봅니다. '순수함'이란 단어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기 지금은 건기,
캐디를 춤추게 하는 말 한마디...
건기에는 카트를 몰고 페어웨이로 들어가는 일이 가능합니다만 요즈음 비가 자주 내려서 카트길로만 다녀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세컨드 샷 지점부터 그린까지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만 동반자들과 이런 저련 얘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린까지 함께 이동하게 됩니다. 원래 골프란 이런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빡빡한 타임라인으로 운영되는 한국 골프장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두 명의 캐디가 1개의 카트를 번갈아가면 이동시키지만 클럽을 들고 페어웨이를 부지런히 뛰어다니게 됩니다. 숨을 헐떡이면서 캐디가 클럽을 들고 오면 꼭 '고맙다'는 인사를 하세요. 캐디의 표정이 밝아지고 더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늘 사람들이 많은 환경에 살다 보니 칭찬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캐디를 춤추게 하는 말 한마디
"Terima kasih(뜨리마까시)"
클럽을 빨리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는 한국인들을 가끔 보게 되는데요.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자카르타의 골프장입니다.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 위는 항상 8명(플레이어 4명, 캐디 4명)이 함께 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스윙을 할 때도 신경이 쓰이고요. 하지만 티샷을 할 때마다 캐디들의 힘찬 응원은 분위기를 즐겁게 합니다. 오늘의 응원구호는
"오빠, 오빠, 오빠 잘했다"
입니다. 반말과 존댓말 구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티샷이 잘 맞지 않거나, 트러블 상황에서도 "오빠, 오빠"를 외치는 친구가 있습니다. 눈치가 없는 것이겠죠. 그렇다고 화를 내서는 안됩니다. 캐디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유는 조금의 팁이라도 더 받기 위한 노력일 수 있습니다. 그 모습이 좋아 보였다면 라운드 끝나고 5만 루피 정도 더 주시면 환한 미소로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캐디와 작별 인사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이미지도 좋아지니 일석이조입니다.
"나이스 이글(Eagle)"
"나이스 버디(Birdie)"
파 5홀인데 거리가 444m입니다. 한국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 숫자입니다만 투 온이 충분히 가능한 거리라는 뜻이지요. 예상했던 대로 장타력을 자랑하는 후배가 220m 거리를 핑 5번 우드로 투 온을 해서 퍼트 이글(eagle)을 했습니다. 홀과 1.5m 거리에 붙은 매우 정교하면서 호쾌한 우드샷이었습니다. 이상무님은 쓰리 온, 버디를 했습니다만 이글의 그늘에 가려져 빛을 잃었습니다.
자카르타에서는 아침저녁은 자연이 만들어내는 작품들로 갤러리가 됩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감탄을 자아내게 풍경들이 자주 만들어집니다. 오늘은 어릴 때 봤던 타잔 영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만든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5 over
77개
오늘 이상무님의 스코어는 77개, +5 over입니다. 자카르타에서 3일 만에 싱글 스코어를 기록했네요. 대단한 실력입니다. 더구나 토너먼트라서 엄격한 룰이 적용되었고, 멀리건 등도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싱글 스코어를 기록한 셈입니다. 앞서 두 번의 라운드에 비해 자바베카 골프장이 그래도 조금 쉽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스코어를 기록한 데에는 동반자들의 영향도 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는 75개, 나머지 두 사람은 80개, 82개를 쳤으니 함께 즐거운 라운드를 한 것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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