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모임_로얄 자카르타(Royale Jakarta)
자카르타에서 최고의 골프장을 꼽으라면 Royale Jakarta GC가 단연코 으뜸이다. PGA 공식 대회가 열릴 만큼 긴 코스전장과 카펫처럼 부드러운 페어웨이, 티샷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 거친 러프, 부드러운 모래의 깊고 위협적인 벙커, 그리고 여러 홀에 걸쳐 길게 이어진 해저드 지역과 오후에 불어오는 강한 바람은 큰 핸디캡이 된다. 로얄 자카르타의 빠른 그린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많은 비가 와도 결이 꼿꼿이 서 있어서 그린 스피드가 달라지지 않는 씨쇼어 파스팔럼(seashore paspalium) 잔디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도 로얄 자카르타 골프 코스를 좋아하고, 우리 수요 골프 모임에서도 자주 찾는 골프장이다. 우리 모임에서는 매번 꼴찌를 한 사람이 다음 모임의 골프장을 정하기로 되어 있는데, 특별히 로얄 자카르타 골프장을 좋아하시는 분이 계셔서 더 자주 이곳에 오게 된다. 덕분에 자카르타 최고의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자주 하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클럽 하우스 앞쪽의 큰 해저드가 골프장 전경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시인 칼릴 지브란은 "낙천주의자는 장미만 보고 가시는 보지 못하지만, 비관주의자는 가시만 응시하고 꽃은 안중에 없다"라고 했다. 주말 골퍼들은 멋있고 아름다운 골프장이 대체로 라운드 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는 사실이다. 골프 코스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코스 길이, 위협적인 해저드와 벙커, 페어웨이 폭, 시야를 가리는 도그렉 홀 등인데, 이러한 요소들이 눈에 크게 보이면 일반적으로 어렵게 느껴진다. 또한 그린의 스피드가 빠르고, 러프의 잔디가 거칠면 플레이가 더 어려워진다.
인도네시아 마스터즈 대회가 열리는 로얄 자카르타 골프장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골프장이다. 까다롭고 어렵게 설계된 코스이지만, 항상 완벽한 코스 컨디션을 유지하여 골퍼들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평일 그린피가 다른 골프장들에 비해 조금 더 비싼 편이지만 시니어 할인도 되고, 한국식당 대가(DaeGa)를 통해서 부킹을 하면 정상 가격에서 약 20% 정도 할인받을 수 있다.
- 드라이버 : 캘러웨이 에픽 플래시
- 3번 우드 : 테일러메이드 M6
- 4번 유틸리티 : 테일러메이드 R15
- 아이언 : 타이틀리스트(Titleist) 710MB(4~9)
- 피칭 웨지 : 클리블랜드 RTX-3 48 º, 바운스 8
- 갭 웨지 : 보키 54 º, 바운스 11
- 샌드웨지 : 보키 58 º, 바운스 12
사우스 코스 1번 홀
세컨드 샷, 약 85m,
54 º 웨지
파(Par)
웨지샷 연습을 자주 하는 편이지만 실제 라운드에서는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연습 때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감 있게 샷을 해야 하는데, 늘 마음이 급해져서 샷 실수를 하게 된다. 연습장의 평평하고 단단한 인조잔디에 비해. 천연 잔디에서는 다양한 상황의 라이에 맞게, 디봇자국이 나는 샷을 해야 하기 때문에 샷 결과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 이로 인해 생각보다 강하게 샷을 하게 되고, 실수로 이어질 때가 많다. 그러나 다행히 오늘은 러프에서 비교적 좋은 샷을 할 수 있었다.
투어 프로들의 웨지 샷을 관찰해 보면, 아이언 샷에 비해 스윙이 훨씬 부드러워 보인다. 이는 일반적으로 웨지의 무게가 더 무겁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정확한 임팩트와 거리 조절을 위해 부드러운 스윙이 필수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그런 느낌으로 웨지 샷을 했다.
우리는 매번 골프 모임에서 게임을 한다. 플레이의 긴장감도 있고, 상대방의 실수로 즐거워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임이 끝나고 각자가 내는 벌금은 약 5~10만 루피아 차이로 대동소이하다.
첫 번째 게임 마지막 6번_파 3 홀에 왔다. 여섯 홀씩 세 번의 게임을 진행하는데, 핸디 대비 스코어를 비교해서 등수와 벌금을 매긴다. 첫 게임에서 1등을 하려고 노력을 하는 편인데 핸디 10개 중 4개를 받기 때문이다. 핸디가 3개로 줄어들면 그만큼 1등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라운드 종료 후 핸디 대비 언더파를 기록하면 핸디 대비 오버파를 기록한 동반자들로부터 오버된 타수만큼 타당 5만 루피아씩을 받을 수도 있다. 룰을 정하고 나서 딱 한 번 언더파가 나왔다. 그리고 버디를 하면 5만 루피아씩을 받는데, 1등을 하지 못하더라도 버디를 많이 하면 나름 실속을 챙길 수 있다.
6번_파 3 홀,
앞핀까지 135m
7번 아이언
파(Par)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사이에 큰 해저드가 있고, 비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맞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홀이다. 바람이 없다면 9번 아이언으로 충분했겠지만, 멀리 키 큰 나무들 꼭대기가 많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두 클럽을 더 길게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은 그린 앞 프린지에 떨어졌다.
로얄 자카르타 골프장은 다른 골프장과 비교되는 특별한 주변 풍경을 가지고 있다. 갈대가 만들어 내는 가을가을한 골프장 풍경이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면서 마치 한국의 초가을을 연상케 한다.
사우스 코스
9번_파 5 홀
그린까지 약 155m
오르막, 맞바람
파(Par)
왼쪽은 클럽하우스 앞쪽 그린까지 이어지는 해저드가 있어서 항상 경계해야 한다. 전장은 짧은 편이지만 티샷 이후에도 다시 한번 해저드를 건너는 샷을 해야 하고, 그린이 매우 까다로운 홀이다. 티샷을 할 때 드로우 구질의 골퍼라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해저드 반대편에는 깊고 넓은 벙커가 있어서 티샷 방향에 집중을 해야 한다.
세컨드 샷으로 해저드를 건너면 웨지샷으로 버디를 노릴 수 있지만, 해저드 앞에 두고 서드샷을 해야 한다면 약 150m 이상되는 거리의 부담스러운 오르막 샷을 남기게 된다. 더구나 그린 뒤쪽이 높기 때문에 그린 가운데를 보고 조금 짧은 샷이 유리하다.
요즈음 자카르타 인근에 있는 대부분의 골프장에서 '신라면'을 판매한다. 일부 골프장은 국물 따로, 면따로 준비했다가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한국식으로 라면을 끓여 온다. 다만 인도네시아 음식이 늘 그렇듯이 꽤 짠 편이다. 선배님이 가져오신 김밥을 곁들이니 짠맛이 조금 덜했다. 맛도 있을 뿐만 아니라 선배님의 김밥 때문에 모임 때마다 점심값이 크게 절약된다.
전반 홀 끝나고 맥주를 한잔 했더니 샷이 흔들린다. 술과 친하지 않은 나는 술을 마시면 골프를 더 잘 치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술만 마시면 샷이 급격히 흔들리는데, 술이 심장 박동수를 증가시겨 불규칙한 호흡과 리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1등보다 시원한 빈땅을 마시는 즐거움이 더 크다. 모임 때마다 빈땅 맥주 4캔을 냉동고에 얼렸다가 들고 가는데, 골프장의 빈땅 한 개 값이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12번_파 4 홀
앞핀까지 80m
54 º 웨지
보기(Bogey)
두 번째 게임 마지막 홀. North 코스의 짧은 파 4 홀이지만 그린 3면이 해저드로 둘러싸여 있어 세컨드 샷이 까다롭다. 티샷을 한 공이 벙커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운이 좋아서 벙커 사이 러프에 올라왔다. 이번 홀의 결과에 따라 2등 또는 공동 2등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16번_파 4 홀
티잉 그라운드
늦은 오후의 눈부신 햇살이 긴 그림자를 만들고, 해저드는 그린 앞까지 위협적으로 이어져 있다.
16번 홀 그린에서 돌아본 풍경
오랜만에 멀리 구름이 휘감고 있는 Mt. 살락의 웅장한 자태를 언뜻언뜻 볼 수 있었다. 항상 습도가 높고, 대기 오염이 심한 자카르타 시내에서 살락산을 볼 수 있는 이런 날씨는 흔하지 않다. 지난 며칠 동안 바람이 불고 대기가 조금은 건조해진다 싶더니 마침내 오늘 멋진 살락산을 보면서 라운드를 하게 된다.
골프를 잘 치는 즐거움도 있지만 좋은 사람들과 이렇게 좋은 날씨 속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이 더 크다. 우리가 매주 수요일에 골프 모임을 하는 이유다. 골프가 뭐 별거라고 이렇게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면 되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