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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골프 후기

13년만의 '이글(Eagle)' 샷

by _ Lucas 202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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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장 : Jakarta Cengkareng Golf Course
  • 홀 : 5번 홀_파 5
  • 퍼터 : 'GOLDEN GOOSE' (4만 원짜리, 중고품)


골프를 하다 보면 깨백, 싱글, 사이클 버디, 이글, 홀인원 등 동반자들끼리 기념하는 일들이 많이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부산 동부산 CC에서 처음 싱글을 하고, 자카르타에서 골프를 시작한 지 13년 만에 첫 이글을 했다. 대학교 선후배가 함께 라운드를 했는데 퍼팅 이글이라서 날개를 접은 독수리 모양으로 패를 해주겠다며 후배가 놀렸다.

 

이글(eagle) 퍼트를 성공하는 순간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많은 골프 동반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홀인원, 이글에 대한 자랑을 수도 없이 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왠지 주눅이 들기도 했고, 운 없음을 책망하기도 했다. 모르는 사이에 답답함이 쌓여오다가 마침내 그 답답함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남들은 약 10여 년의 골프 구력에 수십 개의 이글을 했다는데... 이글, 홀인원이 없는 싱글 골퍼라니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동반자들은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글과 홀인원이 스트레스가 되어 나를 힘들게 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시기부터 마음속의 욕심을 제어하지 못해 아이언 샷이 흔들리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골프를 시작한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후배는 샷이글을 했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잘못 맞은 공이 벙커의 굴곡을 타고 지나 그린 위를 구르다가 홀인원을 했다는 후배도 있다. 어떤 분은 한 해 동안 홀인원을 두 번이나 했다고 자랑을 하셨다. 

 

 

'GOLDEN GOOSE'
John Letters The Original Scotland

이글(Eagle)을 성공시킨 퍼터이다. 황동 재질로 만들어져 매우 부드러우면서 직관적인 터지 감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이글 퍼트를 하기 전까지 동반자들에게 첫 이글이라는 얘기를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실패가 두려웠고, 퍼트에 심리적인 부담감이 더 커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린 위에서 퍼트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가슴은 쿵쾅거렸고, 호흡은 거칠어지고 빨라졌다. 팔다리에는 미세한 떨림도 느껴지는 듯했다. 숨 호흡을 크게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을 했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글 기회라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동반자들로부터 이글을 몇 번 했느냐는 질문받을 때마다 곤란했고, 민망하기도 했다. 함께 라운드를 했던 동반자들은 당연히 이글과 에이스(홀인원)를 여러 번 해봤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동안 싱글 핸디캡 스코어를 여러 번 기록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았다.

 

이번 일로 '이글(Eagle)'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낸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활짝 날개를 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4m 거리의 이글 퍼트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이글(Eagle)을 하고 나서 주위를 돌아보니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이글(eagle) 그게 뭐라고...ㅎ

 

 



그린에서 두 손을 치켜들고 잠시 기뻐했다.
동반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글(Eagle)과 홀인원(Hole-In-One)은 대부분 운이 좋아서라고 얘기한다. 그렇기도 하지만 골프를 잘 치는 사람이 조금 더 확률이 높지 않을까. 그리고 무슨 일이든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시기가 있는데, 골프에서 '이글'은 '싱글 핸디캡'이 될 때쯤 자연스럽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글이 너무 늦으면 스트레스가 되는 시기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굳이 남들과 비교를 할 필요가 없는 일이지만, 라운드 이후에 주고받는 대화에서 이글을 해본 사람과 해보지 못한 사람의 표정은 크게 차이가 난다. 마치 '인생의 운'에 대한 상대적 우위와 박탈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골프 세계에 운을 관장하고 시험하는 신이라도 있는 것은 아닐까. 가끔씩은 '나는 정말 운이 없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렵다.

 

 

 

 

이글(eagle)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 낸 것만으로 다행이다 싶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에이스(홀인원)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인간이 성취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 것은 순간이고,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욕망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고 한다. 몇 해 전에 함께 라운드를 했던 동반자가 홀인원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함께 기뻐했지만 많이 부러웠고, 반드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었다.

홀인원 확률
프로 선수가 1 / 3,500
싱글 핸디는 1 / 5,000
아마 추어는 1 / 12,000
이라고 한다.

주말 골퍼가 57년 동안 3,000번 라운드를 해야 하고, 1회 라운드에 30만 원 정도의 골프 비용이 든다면 9억 원을 투자해야 가능한 셈이다. 비교적 골프 비용이 싼 자카르타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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